7월 20일 월요일담담
벽에 기대어 시간을 받고 있었구나
작업실 한쪽 벽에 겹겹이 기대어 놓은 그림들을 바라본다.
다섯 평 옥탑 작업실은 숨길 데가 별로 없다. 마음에 안 차서 괜히 다른 그림 뒤로 밀어두려 해도 피할 곳이 없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다 그린 직후에는 30분쯤 일부러 안 쳐다보다가 다시 펼쳐보곤 하는데, 며칠이 지나 옆에 세워둔 그림을 우연히 다시 마주할 때 비로소 그날의 공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작은 방 안에서 그림을 피해보려 해봤자 어차피 제자리다.
그릴 때는 크게 보이던 흠이었는데, 한참 뒤에 다시 서서 보면 그저 그림이 숨을 쉴 자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담벼락에 얇게 끼어 있던 주황색 햇빛이나 눅눅했던 공기의 감각이 그제야 선과 색 뒤에서 스며 나오는 것 같다.
그냥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저 그림들도 나와 함께 가만히 시간을 받으며 익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