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끝에 작은 창 하나를 내었던 날담담같은 벽을 계속 그리고 있다고 느꼈는데, 어느 날 아주 작은 창 하나가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열한 번 수정한 표지에 또 다시 처음 버전으로 돌려달라는 메일이 왔을 때, 메일 창을 열어 이번엔 못 하겠다고 답을 보냈다. 보내고 나니 손이 떨려 곧바로 작업실을 나와 뒷골목을 40분 동안 걸었다. 늘 다니던 골목인데도 벽들이 입체감을 잃고 꼭 평면의 선처럼 납작해 보였다. 내가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있기보다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건너다보고 있는 기분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