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금요일담담
벽 끝에 작은 창 하나를 내었던 날
같은 벽을 계속 그리고 있다고 느꼈는데, 어느 날 아주 작은 창 하나가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열한 번 수정한 표지에 또 다시 처음 버전으로 돌려달라는 메일이 왔을 때, 메일 창을 열어 이번엔 못 하겠다고 답을 보냈다. 보내고 나니 손이 떨려 곧바로 작업실을 나와 뒷골목을 40분 동안 걸었다. 늘 다니던 골목인데도 벽들이 입체감을 잃고 꼭 평면의 선처럼 납작해 보였다. 내가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있기보다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건너다보고 있는 기분에 가까웠다.
작업을 하다가 막히는 날이면 일부러 눈을 떼려고 애쓴다. 창밖을 내다보거나 물을 마시고, 그래도 답답할 때는 작업실 문을 닫고 다시 골목을 걸어 나온다. 그림을 아예 버려두고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잠시 빛이 닿지 않는 서늘한 자리에 가만히 얹어두고 나오는 기분이다. 뒷골목을 걸으며 몸이 먼저 숨을 트고 나면, 거기서 아주 조금은 더 선을 그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가만히 돌아온다.
다시 불안해지고 작업실이 괜히 좁아 보일 때도 있겠지만, 한 번 창을 낸 적이 있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