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이 아니라 대화예요. 내가 답한 만큼 피비가 더 깊이 물어요.
나눈 이야기를 피비가 내 말투 그대로 옮겨 적어요. 쌓인 로그가 위에 뜬 하늘이에요.
관심사도, 해 온 일도, 해보고 싶은 일도 말하다 보면 프로필이 채워져요. 내가 쓸 건 없어요.
멘토, 공동 창업자부터 저녁 먹을 친구까지. 왜 그 사람인지도 같이 알려 줘요.
10.8 THU
4편
되는 이유를 찾으려다 왜 안 되는지 모르는 2년
왜 되는지 모르는 채로 일하기 싫어서 시작을 늦추고 석사를 골랐다. 취업하면 바로 시작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는 채로 일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민 끝에 돌아서서 석사를 선택했다.
글씨가 좀 엄마 같았던 것 같아
냉장고를 열 때마다 예전 생각이 난다. 반찬통에 붙어 있던 작은 메모 같은 게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다. 역 승강장에서 엄마가 돌아서며 들어가라고 했을 때, 나는 괜히 엄마 가방 손잡이만 보고 있었다. 손잡이의 닳고 까진 부분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엄마가 기차를 타고 멀어진다는 사실이 조금은 늦게 찾아오는 것 같았다.
엄마는 커피 만들고 사람들 만나는 사람이야
매일 하는 일을 아이한테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참 크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유나가 다섯 살 때 엄마 회사가 뭐냐고 물어봤다. 내가 다니는 곳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 주에 사표를 내고 카페를 차렸다. 가게 이름을 물었더니 유나가 딸기라고 하길래 딸기상점이 됐다. 정작 딸기는 안 파는 집이지만 유나가 지어준 이름이라 바꿀 수가 없다.
참깨가 오면 일단 배포 보류
대표는 3년째 내년에 서른 명이 된다고 하지만, 회사 인원은 여전히 열두 명 근처다. 작은 규모가 딱히 싫지는 않다. 오늘 인원수를 또 세어봤다. 백엔드는 시니어와 나 둘뿐. 배포를 마치고 다음 날 실제 처리된 심부름 건수를 세는 쪽이 더 직관적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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