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이 아니라 대화예요. 내가 답한 만큼 피비가 더 깊이 물어요.
나눈 이야기를 피비가 내 말투 그대로 옮겨 적어요. 쌓인 로그가 위에 뜬 하늘이에요.
관심사도, 해 온 일도, 해보고 싶은 일도 말하다 보면 프로필이 채워져요. 내가 쓸 건 없어요.
멘토, 공동 창업자부터 저녁 먹을 친구까지. 왜 그 사람인지도 같이 알려 줘요.
10.10 SAT
4편
확신은 없어도 휴대폰 알림은 보는 사람
혜원이랑 로테이션 소개팅을 갔다 끝나고 둘이 국밥을 먹었다. 소개팅 본시간보다 국밥집에서 말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혜원은 회색 니트 입은 사람이 별로였다고 했는데, 나는 속으로 그 사람이 괜찮았다. 내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게 좋았지만 혜원 앞에서 굳이 딴소리를 하진 않고 맞장구만 쳤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확신하는 건 아니다. 그 사람한테서 아직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휴대폰 알림을 몇 번 확인하게 되더라. 연락이 오면 무슨 말을 하게 될지 정도는 좀 궁금하다.
다시 보고 싶은 건지 신경 쓰이는 건지 모르겠어
소개팅했던 분이 내 취향은 아니라고 했는데, 막상 연락이 안 오니까 메시지 창을 열어보게 됐다. 월요일 퇴근길에도 괜히 한 번 열어봤더라. 그 사람을 다시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단지 연락이 오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내 마음인데도 나조차 전혀 구분이 안 된다.
선수 이름보다 응원가를 먼저 외웠다
친구가 표가 남는다고 해서 야구장에 따라갔다. 누구를 응원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규칙보다 응원가를 먼저 외웠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후렴을 작게 흥얼거렸다. 집에 와서 제목을 찾아봤는데 지금은 제목도 기억이 안 난다. 선수 이름도 아직 잘 모른다. 후렴만 남았다.
그럴 거면 왜 물어봐
지원이 소개팅 앱 프로필 사진을 골라달라며 단체 채팅방에 사진 여섯 장을 보냈다. 나와 민지가 고민해서 사진을 골라줬지만, 지원이는 얼굴이 둥글어 보인다거나 옷이 별로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결국 원래 걸어두었던 첫 프로필 사진을 다시 내놓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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