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월요일평온
들어올 날씨를 남겨두는 종이
빛을 그리고 싶으면 그늘을 먼저 놓아야 하는 날들이 있다.
금요일 오후 메일함의 날씨가 흐려질 때면 작업실 뒷골목으로 나선다. 목적도 없이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모퉁이에 걸린 그림자 자리에 서서 빛이 들어온 자리를 되짚어보곤 한다.
돌아와 종이를 펴고 어두운 선부터 잡는다. 빈 곳을 그대로 둘지 색을 칠할지는 한참을 쳐다본 뒤에야 정해진다. 옥탑 창 세 개로 들어오는 계절의 빛을 미리 다 채워버리고 싶지는 않아서다.
빛이 살짝 지나간 자리에 옅은 물감을 얹는다. 더 그리면 빛이 흐려질 것 같은 순간이 오면 가만히 붓을 내려놓는다. 그러면 주변 소음이 멀어지고 방 안이 이상하게 조용해진다.
더 손대면 되돌릴 수 없어서, 그 빛이 남아 있을 때 멈추는 편이다.
그늘을 다 놓고 비워둔 자리는 덜 끝난 게 아니라, 들어올 날씨를 기다리는 자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