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수요일담담
그날은 그 짧은 말로도 충분했어
오래 덮어둔 그림을 다시 펼쳐보듯, 이름 없이 내보냈던 책 표지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는 날이다.
서점에서 열한 권째 책을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표지는 분명 내가 그린 건데, 모퉁이에는 제 이름 대신 '디자인: 편집부'라는 문구가 얇게 덮여 있었다. 그 자리에 나만 빼고 그림만 유리 너머에 남겨진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말이 종이처럼 따라붙었고, 그날 바로 사표를 썼다. 형은 미쳤냐고 했지만 다시 돌이키고 싶은 마음은 이상하게 들지 않았다.
설명해보려 해도 내가 왜 그랬는지 전부 다 말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독립하고 처음으로 제 이름이 새겨진 표지 책이 나왔을 때, 서점에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사진을 남겼다. 차마 형한테 보내지는 못했는데, 며칠 뒤 형이 그 책을 직접 사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봉투째 식탁 위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쳤다고 했던 말을 거둔 것도, 잘했다고 칭찬을 건넨 것도 아니었지만 그 봉투 자체가 말보다 무겁게 닿았다. 괜히 한마디 보탰다가는 그 얇은 책이 젖어버릴 것 같아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탁 한쪽에 세워둔 책을 지나칠 때마다 무심하게 봉투를 내려놓던 형의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말없이 놓인 그 얇은 종이 한 장으로도 충분했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