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토요일뿌듯
작성자란에서 내 이름을 다시 만났다
복직하고 한 달, 작성자란에 찍힌 내 이름을 보고 잠깐 멈췄다.
14개월 동안 내 이름이 적힌 문서는 어린이집 알림장뿐이었다. 오늘 제출한 기획서에 「작성: 최하람」이라고 적혀 있는 게 어찌나 낯설던지. 저장 버튼을 누르고 멍하니 서 있는데, 후임 지수가 기획서 좋다고 한마디를 보탰다. 그 말에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확 빠졌다.
후임한테 칭찬받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을 일인가 싶다.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을 주면 더 꼬인다. 그래서 일단 하나 하고 저장하는 식으로 일하는 중이다.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 비로소 내 손을 떠나 내가 만든 물건이 된다. 14개월 만에 내 이름으로 뭔가를 새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솔직히 좀 뿌듯했다. 나 아직 안 죽었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마음은 접어두고 일단 다시 해보자는 쪽으로 서는 중이다. 매일매일 내 일상을 새로고침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