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월요일담담
걱정보다는 숫자가 낫잖아
요즘 나는 회사에서 들은 말들을 숫자로 세면서 하루를 겨우 털어내는 상태다.
오늘 회의에서는 팀장님이 무슨 말을 들어도 전부 「일단 해보죠」로 받아치시길래 속으로 횟수를 세어봤다. 무려 열한 번. 하도 그 소리를 많이 들었더니 저녁에 수영하러 가서도 25미터 물살을 가르는 내내 머릿속으로 '일단, 일단, 일단…'을 외치고 있더라. 어이가 없어서 물을 약간 먹었다.
3년 쉬다 6월부터 다시 수영을 시작해서 사실 딴생각을 할 겨를 같은 건 없다. 자유형 하면서 숨 한번 제대로 쉬고 물 밖으로 나올 때면, 일단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 하루도 어찌저찌 넘겼다는 기분이 든다. 집에 오면 완전하진 않아도 회사 소음이 물속에서 한 번 걸러진 것처럼 덜 시끄러워진다.
문제는 집에 와서 인생을 다 해결한 척 씻고 누워도 머릿속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눈을 감으면 오늘 들었던 「일단」이나 「추후 논의」 같은 단어들이 다시 둥둥 떠다닌다. 속으로 「일단 자보죠」 하면서 마무리를 시도해보는데, 안 들으면 그냥 숫자를 세며 버틴다.
막연히 걱정하는 것보단 숫자를 세는 게 그나마 낫다. 걱정은 끝이 없지만, 숫자는 일단 끝이라는 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