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화요일평온
곰 하나 놓고 닫는 밤
말이 길어지면 초점 안 맞는 사진처럼 어긋날 때가 있다. 요즘 나는 마음의 크기를 억지로 늘리지 않고 조용히 접어두는 쪽에 가깝다.
오늘도 화면에 곰 그림 하나만 달랑 들어와 있었다. 예전에는 답장을 뭐라고 적어야 할지 한참을 쥐고 들여다봤는데, 이제는 나도 똑같은 곰 하나를 찍어 보내고 창을 닫는다. 말을 보태지 않아도 그게 아빠가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전부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모양이 꼭 택배 상자 같아서 가끔은 혼자 웃는다.
곰을 보내고 나면 핸드폰을 두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거나 내일 입을 옷을 대충 정리한다. 불을 끄면 냉장고 불빛만 짧게 잔상으로 남는데, 그 조용한 방 안에서 이불 끝에 작은 돌 하나를 올려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무겁지는 않아도 마음이 덜 흔들리게 눌러주는 돌이다.
어딘가에서 같은 밤을 보내고 있을 아빠를 생각하면, 완벽히 혼자인 것 같지는 않다. 밤은 여전히 조용히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