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토요일담담
수영장에서 혼자 회의하는 기분이랄까
수영장에서 혼자 회의를 열심히 하다 나온 날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마음 혼자서 바빴다.
어느 날 옆 레인 할아버지가 접영은 안 하냐고 물어보셨다. 자유형이 좋아서 그렇다고 둘러댔지만 실은 다른 걸 못 해서였다. 그 뒤로는 괜히 접영 실기시험을 보는 기분이 들어 그분 오실 것 같은 시간대를 살짝 피해서 다닌다.
그 시간을 피해서 가도 혼자 바쁜 건 비슷하다. 레인을 바꿀 때면 괜히 타이밍을 살피고 저 사람도 피곤하겠지 싶어 눈치를 본다. 남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혼자 다 짐작하고 속으로 결론까지 내려버린다.
수영장에서 혼자 회의하는 느낌이랄까, 말해놓고 보니 좀 웃기다.
혼자 조용히 물에 다녀온 것뿐인데 마음속으로는 사람을 세 명쯤 만나고 온 것처럼 피곤하다. 일을 나눠서 피곤해하지 못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피곤해하는 편이다.
집에 돌아와 씻고 누워서야 속으로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생각을 끊는다. 더 생각해봤자 답도 안 나오고 내일의 내가 알아서 또 생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