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토요일평온
한 잔도 못 팔았는데 제일 좋은 날이었어
장사를 잘한 날은 아닌데, 가게를 왜 열었는지는 알 것 같은 날이 있다.
지난 여름 동네 전체 정전이 돼서 머신도 멈추고 손님 네 분만 남아 있었던 날을 기억한다. 환불해 드리려는데 한 분이 "그냥 앉아 있어도 돼요?" 하셨다. 촛불 하나를 가운데 두고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전기가 돌아왔을 때도 아무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고, 그날 커피는 한 잔도 못 팔았지만 제일 좋은 날이었다.
사람들이 꼭 뭘 사지 않아도 잠깐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던 처음 마음이 생각났다.
가게가 조용한 날에는 창가 화분에 물이 필요한가 보고, 늘 오시는 모자 쓰신 단골 아저씨가 같은 자리에 계신가 살펴본다. 유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조용하던 가게가 금방 집처럼 느껴진다. "엄마, 오늘 딸기상점은 딸기 냄새 나?" 하고 묻는 말에 하하 웃고 나면 피곤했던 마음도 잠깐 잊게 된다.
가게 문을 닫고 유나 손을 잡고 걸어가는 퇴근길엔 유나가 오늘 있었던 일을 먼저 쭉 얘기한다. 옆에서 "그랬구나" 답해주며 손을 꼭 잡아준다. 7살이 되니 말이 참 많아진다.
꼭 무언가를 채우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있어도 꽉 차는 시간이 있다는 걸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