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금요일담담
해결은 못 하고 감속만 하는 운동 중
무언가를 딱 지어내고 끝을 내는 일이 일처럼 느껴져서 요즘은 그냥 다 미뤄두고 산다. 생각의 결론을 내는 것도 결국 회의 하나를 더 얹는 것밖에 안 되더라.
3년 전 대형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어깨가 완전히 굳어 물리치료를 받았고, 그 바람에 수영도 접었었다. 다행히 승진은 했는데 이상하게 어깨가 아플 때마다 그 시절이 같이 따라온다. 이게 좋은 기억인지 나쁜 기억인지 내 몸도 아직 결론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결국 6월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물속에서는 숨 쉬고 팔 젓는 것만 먼저 남아서 퇴사 생각도 숨이 차면 다음 호흡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수영장 밖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으면 '그래서 언제 그만둘 건데' 하는 생각이 바로 따라붙는다.
따라오는 생각에 또 대답을 해주면 다시 회의가 시작될 것 같아서 '오늘은 수영했으니까 여기까지' 하고 연필로 살짝 선을 그어둔다. 집에 오면 그 선이 바로 지워지는 날도 있고 누우면 또 생각이 몇 바퀴 돌지만, 수영을 한 날은 한 바퀴쯤 덜 돌고 멈춘다.
수영이라는 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생각이 도는 속도를 조금 늦춰주기는 하니까, 내가 하는 건 해결은 못 하고 감속만 하는 운동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