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목요일담담
국물 버리지 마, 들리는 것 같았어
택배 상자 안에 붙은 포스트잇 하나에 엄마 목소리가 실려 온 것 같았다.
오늘 도착한 김치 상자 안에는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 있었다. '국물 버리지 마'라는 글씨를 보자마자 엄마가 전화너머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통화에서도 진짜로 그 말을 들었는데, 글씨로 볼 때와는 달리 냉장고 앞에 엄마가 같이 서 있는 기분이었다. 김치와 참기름 사이에 엄마의 목소리까지 같이 배달된 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났다.
김치는 냉장고에 넣고 참기름은 선반에 두었지만, 그 포스트잇은 떼어 버리지 못하고 상자 옆에 한동안 뒀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또렷한 글씨가 보여서 엄마가 서울까지 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종이가 안 보이게 되었는데, 정리하다 버렸는지 그냥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막상 사라지고 나니 한 번쯤 더 볼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남았다.
별거 아닌 종이였는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엄마가 서울까지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