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목요일담담
사람이 나간 자리는 참 빨리 치워져
4년을 같이 앉은 자리가 하루 만에 깨끗하게 비워졌다. 회사는 바로 다음 사람을 기다리듯이 새 모니터를 올려두더라.
아침에 지나치다가 벌써 치웠네 싶었다. 사람이 나간 자리보다 다음 사람 자리가 먼저 세팅된 게 조금 웃기기도 했고. 그래서 괜히 탕비실 구석에 남겨져 있던 민아 캘리그라피 머그컵을 내 자리로 가져왔다. 커피는 안 담고 그냥 펜 꽂이로 쓰는 중이다.
원래 제 자리 물건들은 필요 없으면 바로 버리고 치우는 편이다. 딱히 오래 둔 물건도 없고 비우는 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남의 컵을 하나 주워다 놓았다. 펜을 찾다가 컵을 볼 때 민아 거였지 하고 한 번 생각나는 정도다.
기억도 참 사무용품처럼 한다.
저녁에는 수영을 다녀왔다. 나오면 몸은 가벼운데 머릿속 생각까지 같이 가벼워지진 않더라. 그래도 자유형으로 몇 바퀴 돌고 나면 머리가 조용해진다. 소박하지만 그걸로 됐다.
필요 없어진 건 미련 없이 비워내면서도, 구석에 있던 머그컵 하나는 슬쩍 내 자리에 올려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