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일요일먹먹
사진 한 장에 문득 켜지는 불빛
친구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다가 부모님 얼굴에 시선이 오래 멈췄다. 이상하게 제 결혼식도 아닌데 옛날 장면들이 문득 켜지던 날이다.
오늘 친구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다가, 신부보다 그 뒤의 부모님 얼굴에 시선이 오래 멈춰 있었다. 사진 찍히느라 어색하게 웃고 계신 표정을 보는데 이상하게 우리 엄마 얼굴이 바로 겹쳐 보였다. 옛날 감나무 집에서 손님이 오면 괜히 앞치마부터 털어 매고 웃던 모습 같은 것들. 제 결혼식도 아닌데 괜히 눈물이 좀 났다.
지나간 장면들은 혼자 있을 때 문득 불이 켜지듯 떠오른다. 냉장고 소리를 들으며 빈 컵을 들고 서 있다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볼까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면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마음을 길게 설명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뭘 원했는지조차 흐려질 것 같아 그냥 메일 화면으로 돌아왔다. 안 하는 게 때로는 더 조용하다.
안 하기로 한 전화는 불 꺼진 방 안의 휴대폰처럼 밤새 옆에 놓여 있었다. 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잠깐 잊었다가도, 회사 책상 위에 휴대폰을 뒤집어 놓을 때 그 마음이 다시 살짝 보인다. 정리됐다기보다는 가방 안쪽에 같이 넣어 두고 조용해진 척을 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
다 정리된 건 아니지만 가방 안쪽에 살짝 넣어둔 채로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고 조용해진 척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