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일요일담담
거울한테도 차마 다 못 한 말
퇴사 생각을 세상에서 제일 꾸준히 하는 사람이, 정작 퇴사 얘기는 제일 못 한다. 나라는 사람의 이상한 작동법이다.
오늘 수영장 락커룸 거울을 보면서 퇴사 통보 연습을 했다. 이상하게 이번 달까지만 하겠다는 말까지는 입 안에서 잘 맴돌다가, 마지막 서술어가 목구멍에 딱 걸리더라. 세 번이나 시도했는데 세 번 다 제대로 문장을 못 끝내고 흐물거렸다. 옆에서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시던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셨냐고 돌아보셔서 나도 모르게 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정작 팀장님한테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이름도 모르는 수영장 아주머니한테 제일 먼저 남의 퇴사 예고를 들려준 셈이다.
팀장님 앞에서 「조금만 더 해보죠」라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은 잠깐 서랍에 넣어두게 된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싶어서 네 하고 돌아서고 나면, 회사보다 나 자신이 더 잘 설득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회의 때도 내 의견이 너무 예민한가 싶어 가다듬다가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회사에서는 말하기 전에 정리하느라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집에 와서야 뒤늦게 머릿속으로 혼자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본다.
그래도 물속에 들어갈 때만큼은 회사 사람이 아니라 그냥 어깨 조심하며 자유형 하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나면 머릿속에 엉켜 있던 문장들이 조금씩 풀린다. 락커룸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다시 7년 차 마케터의 현실로 돌아오더라도, 물속에서 보내는 그 얼마간의 시간 덕분에 숨을 쉰다.
거울을 보면서도 말을 끝까지 다 잇지 못하고 흐물거리며 끝내는 게 참 나답다. 속으로는 그만두고 싶다고 꾸준히 생각하면서 정작 입 밖으로는 끝까지 말을 내뱉지 못하는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하고, 내가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