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화요일담담
이 정도면 꽤 부지런하지
오늘 퇴직금 계산기를 켜고 끄기를 반복하다 알람을 맞추고 누웠다.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내 마음만 난리였던 하루다.
오늘 또 퇴직금 계산기를 켜봤다. 숫자는 언제나처럼 얌전하게 제자리에 있는데, 그걸 바라보는 마음만 혼자 난리였다. 석 달은 살겠구나 싶다가도 그 뒤는 어쩌지 싶어 막막함이 덮쳤다. 그래도 숫자 안에서는 괜히 뭔가가 정해져 있는 느낌이라 자꾸만 기대게 된다. 계산기를 끄면 막막함이 아주 성실하게 다시 돌아오는데도 말이다.
결국 내일 출근을 위해 알람을 맞췄다. 한참을 망설이다 알람을 키는 스스로를 보며 또 일을 내일로 미루나 싶어 좀 쓸쓸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어떻게든 출근하겠다는 뜻 아닌가. 난리 난 마음의 방 한구석이라도 일단 치운 셈이니 이 정도면 꽤 부지런하다고 해두자.
베개에 누우면 낮보다 생각이 더 잘 들려온다. 그래도 계속 붙잡고 끙끙대기보다는 그냥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내일의 저한테 일을 너무 많이 넘기는 것 같아 미안하긴 한데, 늘 오늘의 내가 더 급하니까 어쩔 수 없다.
내일의 내가 불쌍하긴 하지만, 늘 내가 더 급하니까. 그냥 내일의 나에게 넘겨두기로 한다.